철도이야기

세계사의 철도교통의 특성

녹색열매 2010. 4. 2. 09:32

섹션 오피니언 > 등록일 2008-09-16
작성자 홍보실 (admin)
철도교통의 특성
그리고 시설과 운영의 상하분리
철도의 아버지 조지 스티븐슨은 1830년, 선로를 관리하는 철도회사가 기관차와 객화차를 제공하여 선로 위에서의 수송을 독점한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통행료만 내면 철도 선로에서도 자신들의 궤도용 마차를 함께 운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당시 개별 운송업자들의 요구에 맞선 그이 생각은 1840년 영국의회의 결정으로 관철되었다. 이후 철도교통은 도로나 해상, 항공교통과 달리 기반시설과 운영이 통합된 방식으로 발달해왔으나, 1980년대 후반 스웨덴 철도의 상하분리 실험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영국 철도의 팽창과 경쟁
국가가 주도하는 종합적 노선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프랑스나 벨기에 철도와 달리, 영국 철도는 도입 초창기에 사실상 자유롭게 건설되어 시스템이 다소 무계획적이고 정돈되지 못한 상태였다. 정부의 구속을 거의 받지 않는 민간 기업에 의해 추진된 민영철도가 앞 다투어 경쟁적으로 건설되다 보니, 1880년에 이르면 영국의 15개 대도시 중 12개 도시에서 런던까지 복수의 노선들이 생겨나 그중 원하는 노선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글래스고, 에딘버러 등지에서는 런던까지 3개 노선의 민영 철도회사가 서로 라이벌이 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러한 시스템에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 드러났다. 대륙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차 운행 빈도와 속도가 높아 도시의 성장에 일조 했고, 운임 인상도 억제되어 제조업체나 무역업체들이 다소 이득을 누렸다. 그러나 경쟁이 반드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포츠머스는 2개의 철도회사가 있었지만 서로 최악을 다툴 뿐이었다. 반면, 입스위치처럼 단 하나의 철도회사만 있던 도시들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경쟁 체제를 찬성하는 측이든 비판적인 측이든 이 방식이 매우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만은 의견이 일치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노선이 중복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켄트 지역이 대표적 사례인데, 경쟁하는 두 철도회사가 인구가 희박한 농촌 지역까지 노선을 연장 건설함은 물론, 런던까지 가는 노선의 대부분에서 유사한 열차를 운행하면서 역과 인력 및 장비를 중복 투자했다. 이러한 높은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영국 철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더 많은 고통을 겪었고, 결국 서서히 전체적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교통 개인주의를 극복한 선로 위 수송 독점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선로 등 기반시설을 중복 건설하지 않고 동일한 선로 위에 각기 다른 회사들의 여러 열차가 서로 경쟁하게 하여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는 없을까? 도로나 마차궤도에 통행료를 내고 자기 소유의 마차를 개별적으로 운행하는 데 익숙해져 있던 당시 사람들에게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과 다를 것이 없는 교통수단으로 잘못 이해되었고, 새로운 교통기술에 대한 적응은 쉽지 않았다.
라드너(D. Lardner)는 1851년 발간된 에서 철도 초창기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 누구나 철도 선로 위를 지나다닐 수 있고, 다만 정해진 규정이나 법령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교통수단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운송업체를 제외시켜 버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이 이내 드러났다. 철도는 마치 거대한 기계처럼 각 부분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이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특정 수준에서 최소한의 일치성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철도는 서로 독립적인 여러 운송업체에 의해 운영될 수가 없다. 다수 운송업체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은 조만간 스스로 와해되어버릴 것이다. 철도 운영은 통일적인 관리와 서로 맞아떨어지는 행동을 요구한다. 일반 도로에서 전체 운송업체와 도로관리청이 각각 맡은 역할을 철도에서는 단일한 운영회사로 결합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철도의 아버지 조지 스티븐슨은 1830년, 선로를 관리하는 철도회사가 기관차와 객화차를 제공하여 선로 위에서의 수송을 독점한다는 개념을 리버풀&맨체스터 철도에 처음으로 도입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철도 노선과 차량 운영을 반드시 하나의 관리 체제하에 두어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유료 도로나 운하에 익숙해져 있던 자유로운 개별 교통체계에 대한 관점에 대항하여 그의 생각이 관철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철도가 도입된 초창기만 해도 영국에서는 수많은 운송업자들이 통행료를 내고 공공 마차궤도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증기기관차가 견인하는 진정한 의미의 철도가 등장했지만,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각 개별 운송업자들은 새로 등장한 철도 선로 위에 자신들의 궤도용 마차를 함RP 운행하도록 허용해줄 것을 계속 요구했다. 기록에 따르면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도 1839년까지 개별 운송업자들의 궤도용 마차 또는 기관차가 일부 운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철도회사는 이내 수송 용량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편리성을 위해서도 더 이상 개별 운송회사 소유의 궤도용 마차나 그들이 별도로 제작한 기관차와 객차들을 자신의 열차들과 동일한 노선으로 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결국 사람들은 철도교통 시스템은 통일적으로 운영되고 관리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840년 영국의회는 선로와 기관차를 소유한 철도회사들이 ‘철도 경영의 본성을 이유로’ 당해 선로상의 여객 수송에 대한 실질적인 독점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결정에 도달하게 되었다.
새로운 교통기술을 과거의 법률 개념에 끼워 맞추려던 시도가 숱하게 좌절된 후에야 마침내 이 새로운 기술의 ‘본성’이 관철되었다. 궤도와 열차가 유기적 복합체를 이루는 철도가, 자유방임주의가 휩쓸던 시대의 교통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선로의 관리와 열차 수송에 대한 독점적 운영을 법적․정치 경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느냐, 통합하느냐
교통수단별 특성의 이해

타 교통수단과 철도교통의 차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주요 교통 시스템은 해상, 항공, 도로, 철도 4가지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교통 시스템의 특성을 좌우하는 수송 용량과 서비스 수준, 그리고 장애 또는 정체 시의 간섭 상태 등에서 매우 다르다.

<해상교통과 항공교통> 해상교통과 항공교통은 터미널이라는 ‘점’만을 연결하는 교통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각각 항(Port)과 공항(Air-port)이라는 터미널에서의 입출항 또는 이착륙 시설 규모에 수송 용량이 좌우된다. 터미널과 터미널 사이를 오갈 때는 대부분 자유롭게 추월하거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바다와 하늘이라는 자연 자체가 거의 무한한 기반시설을 제공하므로 각각의 터미널은 상호 간섭 없이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특히 항공교통의 관제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운항 가능한 비행기의 수를 제한하는 등 철도교통에서의 열차 통제 시스템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그 기능은 근본적 차이가 있다. 항공교통에서 개별적 비행기는 서로 간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관제 시스템도 개별적 공항에서의 이착륙 통제를 위조로 하여 국부적이고 시설 중심적인 특성을 가진다. 반면, 철도교통에서는 선로 위를 운행하는 각각의 열차들이 상호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또 철도 관제 시스템도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모든 열차의 진로를 설정하는 등 열차 운행 자체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운영 중심적 특성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상교통과 항공교통은 부두와 공항 등 각 터미널별로 시설관리자가 독립적으로 관리하면서 비교적 다수의 선박 운송업체와 항공사 또는 선박이나 비행기를 소유한 개인들을 상대하는 ‘시설과 운영의 분리(소위 상하분리)’ 방식으로 발달해왔다.

<도로교통>도로교통은 자동차에 타고 내리거나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이 도로변에서 쉽게 이루어지므로 폭넓게 연결된 도로들이 닿는 지역 전체, 즉 ‘면’을 연결하는 교통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점’을 연결하는 특성을 지닌 해상교통이나 항공교통은 수송 용량이 터미널에서의 처리 능력에 달려 있는 반면, 도로교통의 수송 용량은 주요 목적지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에서의 자동차 수용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도로에서는 주행 중 다른 자동차를 추월하는 것이 가능하고, 차량의 속도와 정체 여부에 따라 서비스 수준이 달라진다.
차선의 폭, 경사, 평탄성, 도로의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도로의 용량은 기본적으로는 차선의 수에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한 차선에서 수용 가능한 자동차의 최대 숫자는 시간당 1500대에 달한다.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서로 거의 간섭하지 않고 자유로는 주행 시 속도의 90%이상으로 달릴 수 있기 위해서는 교통량이 도로 수송 용량의 60%이하여야 한다. 자동차 수가 늘어 도로가 정체되면 줄지어 있는 각 자동차는 그 뒤에 있는 모든 차들에 대해 각 차마다 2초가량 지연시킨다. 만약 자동차가 운행 중 고장이 나면 다른 차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므로 국부적 현상에 머문다.
결과적으로 도로교통은 면밀한 관제 또는 운행 통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항공교통이나 철도교통과 달리 도로 진출입과 주행을 전적으로 각 운전자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완전한 개별 교통 시스템이다. 당연히 도로시설 관리와 자동차 운송 부문이 분리된 ‘상하분리’ 방식으로 정의된다.

<철도교통> 철도교통은 역이라는 터미널에서만 여객과 화물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해상교통이나 항공교통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항만이나 공항이 서로 멀리 떨어져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점’적 특성을 갖는 반면, 철도역은 선로가 지나는 노선을 따라 비교적 근거리에 설치되며 인접 역들이 열차 운행 통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측면에서 ‘선’을 연결하는 교통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교통에서는 자동차들이 차선을 바꾸어 추월을 할 수 있으나, 철도교통에서는 열차들이 레일에 의해 기계적으로 안내되기 때문에 선로 전환기가 설치된 역 구내를 제외하고는 추월이 불가능하다. 역과 역 사이에서 열차가 고장 등으로 멈춰 설 경우, 구원 열차를 파견하여 고장 열차를 역으로 회수하기 전까지는 선로가 불통되고, 이를 정상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다수의 후속 열차가 지연된다.
그러나 도로에서의 교통안전이 사실상 자동차 운전자들의 기량에 각각 맡겨져 있어 사고에 매우 취약한 반면, 철도는 열차가 궤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성질을 활용하여 궤도와 열차에 설치된 각종 첨단 제어장치로 운행을 통제하므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 자동차나 비행기 또는 선박은 운전자가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열차는 철도교통관제사에 의해 진로가 결정되며 열차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면 방호장치에 의해 자동으로 속도가 제한된다. 레일 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자동화에는 오히려 장점이 된 것이다. 오늘날 도로교통에서 도립 검토 중인 다양화 정보화 기술이 철도에서는 이미 구현되어 열차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한편, 철도의 선로 용량은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열차를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화물열차를 고속 여객열차와 함께 운행하거나 장거리 도시 간 열차를 각 역마다 정차하는 지역열차와 섞어서 운행하는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열차들을 혼합해 운행할 경우 수송 용량은 눈에 띄게 저하된다. 일반적으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를 동일노선에서 운행하는 간선철도와 복선은 양 방향으로 1시간당 15개 열차, 단선은 1시간당 4개 열차를 넘어서면 열차 지연발생 시 회복에 곤란을 겪게 된다.
이와 같이 선로 용량과 서비스 수준이 열차 계획을 바탕으로 작성된 열차시각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열차 계획은 철도 서비스 운영자에게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철도 자원의 이용률은 열차 계획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철도 차량과 승무원 등 직원 운용의 최적화도 여기에 달려 있다. 철도 자원은 자본 집약적이기 때문에 이용률이 단지 몇 %만 떨어져도 비용은 크게 증가한다. 철도교통 관제는 계획된 열차시각표에 따라 각 열차의 진로를 설정하여 정시 운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철도교통은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선로 관리와 교통관제, 그리고 운송 서비스 모두 해당 노선을 담당하는 철도 운영자에 의해 통일적으로 운영 ․ 관리되는 ‘통합적’ 방식으로 발달되어 왔다.

철도기반시설과 운영의 상하분리 실험
1980년대 후반 스웨덴에서는 그동안의 철도에 대한 관념을 뛰어넘어 도로 수송 모델을 철도 시스템에 적용시키는 착상이 나왔다.
철도가 도로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적자를 보는 이유를 도로는 기반시설의 건설과 유지관리를 국가 기관인 도로관리청에서 담당하는데 비해 철도는 운영자의 책임으로 떠맡긴 데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 기반시설의 건설과 관리를 철도 운영자인 SJ로부터 분리하여 신설 정부기관인 철도관리청 BV에 맡겼다.
SJ와 BV의 업무 영역은 기반시설에 속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구분되었다. 가장 복잡한 문제는 철도교통 관제의 권한에 관한 것이었는데 1988년 정부법안에선 철도교통 관제를 위한 시설의 책임은 BV에 맡기고 SJ는 철도교통 관제의 운영을 책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SJ와 BV간 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각 선로의 신뢰도에 관한 것, SJ는 BV에 유지보수를 위한 시간을 일주일 전에 알려주는 대신, BV는 연간 선로의 장애 발생을 몇 회 미만으로 제한하는 약속을 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가능한 한 즉시 수리하며 보고할 의무를 가진다.
‘도로 수송 모델’에 따라 BV가 철도망의 건설과 유지보수 비용을 책임지는 대신 SJ는 자동차 소지자들이 내는 도로세(통행료)와 동등한 수준의 선로 사용료(Track Charge)를 낸다. 수송에 사용되는 각 철도 차량들은 Yi=ai×bi×xi(Yi는 연간비용, xi는 연간 총 ton-km, ai는 도로 수송과 관련하여 공정한 비용을 산출하기 위한 고정 비용 계수, bi는 경제 사회적 한계 비용과 일치하는 가격 계수)라는 공식에 따라 선로 사용료가 부과된다.
철도망은 간선과 지선으로 구분된다. SJ는 간선의 승객에 대한 서비스와 모든 화물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 지선에 대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운송서비스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
이와 같은 혁신으로 국가는 철도에 대해 도로와 동등한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었고, 부담을 덜게 된 스웨덴 철도공사 SJ는 흑자로 전환되어 철도의 경쟁력이 살아났다.
스웨덴 모델의 성공에 고무된 유럽연합(EU)은 1991년 7월 회원국이 따라야 하는 철도 관련 지침(Directive 440/91)을 채택했다. 그 핵심 내용은 기반시설과 운영의 회계 분리(기반시설 관리와 열차 운영을 동일 회사가 할 경우는 내부적 사업부 분리)를 통하여 선로 사용료 부과 근거를 명백히 할 것과, 국가는 환경과 사회적 요인들을 감안하여 기반시설 부문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여 철도의 시설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운영은 정부의 간섭을 벗어나 상업적 기반위에서 경영하도록 하여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의 재무 상태를 건전화 시키는데 각 회원국이 노력하라는 것이다.
프랑스 등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EU의 지침을 따라 시설과 운영의 회계 분리를 하되, 시설 유지관리의 실제적 수행은 철도 운영자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영국은 가장 급진적 방식을 택했다.
전국 철도망을 권역별로 분할하여 여객열차와 화물열차 운영권을 약 15년의 장기 계약 조건으로 보조금을 적게 요구하는 순서로 입찰에 붙이는 방식으로 민영화하고, 기반시설을 소유 ․ 관리하는 주체도 정부 관청 형태가 아니라 ‘레일트랙(Railtrack)’이라는 주식회사로 민영화했다. 몇 차례의 대형 사고를 겪어 소송에 휘말린 기반시설 관리회사 레일트랙의 파산과 국가의 재매입, 그리고 정부의 철도 운영에 대한 재정 부담 대폭 증가 등으로 영국의 실험은 현재 시점에서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철도의 ‘상하분리’ 행렬에 동참하여 2004년 철도청의 건설 부문을 분리하여 철도시설공단을 신설했고, 2005년에는 철도청의 운영 부문을 승계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을 발족시키는 철도 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프랑스 모델에 따라 기반시설의 실제적 유지관리 부문과 철도교통 관제기능은 코레일에 위탁되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시작된 철도 상하분리의 근본 취지, 즉 도로교통과 공정한 경쟁을 시킨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선로 사용료를 도로교통의 통행료와 같은 수준으로 책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취지를 무시하고 고속철도 유지보수비의 100%에 더하여 건설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반철도는 유지보수비의 70%수준으로 선로 사용료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철도 운송 매출액의 30%에 달하는 고율의 선로 사용료가 코레일에 부과되고 있다. 반면 경쟁자인 도로 운송업체의 고속도로 통행료(그나마 일반국도는 통행료가 없다!)는 운송 매출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결과, 당연히 코레일은 공사화 이후에도 철도청 시절과 마찬가지로 운송 사업에서 계속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왜 구태여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상하분리를 시행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도 당국에서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선로 사용료 재산정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모쪼록 당초의 상하분리 취지에 맞게 합리적 결론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한다. (글_김천환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

* 이 글은 '철도의 이해'라는 코너로 KTX매거진에 연재된 총 8편 가운데 2008년 8월호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