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이야기

[기고]기로에 선 철도노사

녹색열매 2010. 4. 2. 09:16

섹션 오피니언 > 등록일 2008-11-17
작성자 홍보실 (admin)
[기고]기로에 선 철도노사
[함께 가는 코레일 제27호]
어느 해보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 결실의 계절은 아닌 듯하다. 국가는 국가대로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고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엄청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 십장의 이력서를 내도 찾는 곳은 없고, 새벽인력시장은 한 달에 닷새 일하면 행운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3일 철도 노사 당사자의 현격한 입장차이로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조정중지결정을 하였으며 철도노조는 쟁의행위를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노사간 어느 정도의 입장차이로 협상과 조정이 결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파업은 공기업인 철도공사에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철도노조 역시 파업에 대한 부담은 이에 못지 않으리라본다.

그리고 실제 파업에 들어간다면 가상으로만 가졌던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부담으로 현실화될 것이 뻔하다. 공기업의 특성상 파업의 성패에 중요한 요소인 시민사회의 여론은 지금의 엄청난 경제난과 생활고 속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해줄만한 여력이 없다.

철도노조에게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파업이 실패한다면 이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향후 철도노조 조직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노조무용론, 노조폐기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도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으며 노조의 등장배경이 되었던 자본주의사회의 폐해는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바람직하게 운영되는 노조는 아직 이 사회에서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며 공기업노조의 경우 내부감시자 내지 내부비판자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사회적 정의 내지 도덕심을 먹고 사는 단체로서 비록 본질적으로는 이익단체이지만 우리사회에서 노동조합이 차지하는 위치에 비추어 단순히 구성원의 이익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현재 서민들이 느끼고 있는 경제난과 생활고는 실로 엄청나다. 공기업직원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그래도 상당한 안전망 속에서 현재의 위기를 피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외부에서 볼 때는 그렇다. 제도와 평가에 의해 당연히 받아야 할 성과급을 두고 사회 여론은 ‘공기업, 성과급 잔치’라고 하여 적대적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철도 노사간 협상의 길은 열려있다. 협상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서희가 소손녕과의 담판으로 거란군을 철수시켰던 것은 고려가 고구려의 후신임을 주장한 단순한 논리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서희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그에 맞게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철도 노사도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입지를 좁힐 수 있는 대외보도나 선언, 결의를 자제하고 진지하고도 솔직한 대화를 통하여 양자의 진정한 의중을 파악하여 가장 큰 문제에 있어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고 나머지 문제들을 조율한다면 희망이 있다.

철도공사의 가장 큰 현안은 인력조정을 포함한 경영효율화일 것이고 반면 철도노조의 가장 큰 현안은 고용안정일 것이다. 일견 대립되는 두 현안을 노사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관건이다.

공사는 노동조합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직무분석 및 향후 사업계획 등을 반영한 정확한 인력산정 및 유휴인력에 대한 단계적 해소방안을 제시하고, 노동조합은 현 상황상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인력조정에서 조합원에게 가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인위적이고 일방적인 인력감축을 방지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조합원의 복지향상을 확보하여 조합원의 반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에 해고자복직문제, 노조전임자축소문제 등 많은 현안들은 노사가 원론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시간을 갖고 논의한다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안해소에 있어 공사는 정부와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큰 문제를 현명하게 타결 짓고 성실히 실행해 나간다면 여타의 현안들은 그 상대가 정부나 국민이든 조합원이든 충분히 설득 가능한 문제라고 보며 그러한 제한들이 철도노사의 발전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그에 걸맞는 노동조합을 가진 철도 노사는 그 상징성만으로도 우리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을 논의할 필요도 없이 철도는 친환경적이고 녹색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이다. 지금은 이러한 철도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놓여있으며 시민들은 철도 노사의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

- 공인노무사 임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