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황엽사건

꿀단지용 고려청자 ‘천년의 잠’ 깨다

녹색열매 2010. 8. 5. 03:59

꿀단지용 고려청자 ‘천년의 잠’ 깨다

세계일보 | 입력 2010.08.04 18:49 | 수정 2010.08.05 00:33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경상

 




태안 마도서 매병 두점 등 유물 다량 발굴
한점은 국보급… 식재료 보관·운반 첫 확인


매병(梅甁)을 고려 사람들은 준(樽), 혹은 성준(盛樽)이라 불렀으며, 꿀단지로 사용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 해저 발굴을 통해 밝혀졌다.





◇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고려시대 침몰선박 마도 2호선에서 인양된 고려청자 전성기 때 모습을 보여주는 국보급 고려청자매병을 살펴보고 있다.
허정호 기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 대한 해저발굴 성과를 공개하면서, 고려시대 침몰선박 마도 2호선에서 꿀단지로 쓴 고려시대 상감청자매병(象嵌靑磁梅甁)을 비롯한 각종 도자기와 곡물, 목·죽제품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마도 2호선에 실은 각종 화물의 종류와 수신자 등을 기록한 목간(木簡) 등이 함께 발굴됐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인양한 매병 2점은 제작기법과 형태가 정교할 뿐만 아니라 그 기능을 알려주는 대나무 화물표(죽찰·竹札)가 매달린 채 발견됐다. 화물표에 적힌 먹글씨를 판독한 결과 매병의 고려시대 이름이 준(樽) 또는 성준(盛樽)이었으며, 여기에는 밀(蜜), 즉 꿀이 담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점의 매병 주둥이 가까운 지점에서 발견된 이 대나무 화물표의 앞면에는 '중방도장교오문부(重房都將校吳文富)'라고 적혀 있고, 뒷면에는 '택상정밀성준봉(宅上精蜜盛樽封)'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려 서울 개경의 중방(고려시대 무인의 최고의결기관) 소속 도장교(정8품 이하 하급무관)인 오문부라는 사람 앞으로 올린 꿀단지(精蜜盛樽)라는 의미다.

이는 고려시대 매병은 준(樽) 또는 성준(盛樽)으로 불렀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된 것은 물론 매병이 보통 술이나 물을 담는 그릇이었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꿀 같은 식재료를 보관·운반하는 데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첫 사례라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이들 청자매병은 뱃머리 오른쪽에서 아래위로 겹쳐진 채 발견됐다. 그중 한 점은 최고급 상감청자로 밝혀졌다. 그중 위쪽에서 발견된 상감매병은 굵은 세로줄 여섯 개를 넣어 몸통을 참외처럼 만들었으며, 마름모 꽃 모양(菱花窓)의 틀 안에 버드나무·갈대·대나무·모란·국화·닥꽃(황촉규꽃) 등을 정교하게 상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꽃 위에는 나비를, 아래에는 오리를 각각 새겼다.

나머지 1점인 음각 매병(靑磁陰刻蓮花折枝文)은 어깨에는 구름 문양, 몸통에는 연꽃문양을 매우 정교하게 장식했으며 유색이 맑고 짙었다. 두 매병 모두 높이 39cm이며 풍만한 어깨에서 굽까지 S자형으로 유려하고 당당한 모습을 자랑한다.

박태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