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엽기유모사건

'발칙 토크'... 찰리 채플린이 한국을 찾는다면?

녹색열매 2010. 7. 11. 20:54
'발칙 토크'... 찰리 채플린이 한국을 찾는다면?
2010-07-09 14:48 (한국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1972년 4월의 어느날. 누군가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순서에 없는 돌출행위였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플지라도 웃어보세요." 그러자 참석한 스타들이 모두 함께 손을 맞잡고 따라 불렀다. "비록 지금은 하늘에 구름이 가득 끼어있지만 내일은 찬란한 햇살이 다시 비추리니….

마지막 구절은 LA 뮤직센터의 식장이 떠나갈듯 컸다. "웃기만 해도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타들이 합창한 '스마일'은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모던 타임스'의 주제가였다. 그해 할리우드는 80 중반을 훌쩍 넘어선 이 '코미디의 지존'에게 특별 공로상을 수여하며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아인슈타인과 마오쩌둥은 그를 천재라고 불렀으며 간디와 피카소는 그를 이 시대의 진정한 휴머니스트라고 불렀고 미국의 FBI는 그를 '빨갱이'라고 불렀다. 20년만에 처음으로 족쇄가 풀려 미국땅을 밟은 그에게 할리우드가 명예를 회복시켜 준 것이다.

영화 '모던 타임스'는 시대적 배경이 1930년대다. 대공황의 후유증이 심각해 너 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던 시절 얘기다. 길에서 빵을 훔치다 붙잡힌 떠돌이 소녀. 채플린도 노조 시위현장에서 우연히 피켓을 주워 든 게 빨갱이로 몰려 수감된다. 둘은 함께 탈출해 먼길을 떠나는데….

마지막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살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무슨 소용이 있나요." 흐느껴 우는 소녀에게 채플린은 바디 랭귀지로 '스마일'을 권한다. "슬픔의 흔적은 모두 지워버리고 기쁜 얼굴을 하고 있으렴." 주제가 '스마일'이 화면에 가득 흐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후 '스마일'은 냇 킹 콜이 딸 나탈리와 함께 불러 세계적 히트송이 된다.

미국서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치자 이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다. 서브 프라임 파동에 이어 은행들이 폐쇄조치 되는 등 하루가 멀다하고 악재가 쏟아져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가 생각났던 것이다. 웃음이 사라진 오늘의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려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최근 들어 '펀(fun) 경영'이니 하며 웃음을 직장문화로 정착시키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웃음이 긍정적인 마인드와 창의력을 키워줘 궁극적으로는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포춘지가 매년 선정,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도 바로 웃음이다.

미국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시 IQ(지능 지수) 대신 HQ(유머 지수)를 보는 것도 웃음이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웃음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번 웃으면 몸전체의 650여개 근육 중 320개 그리고 얼굴 근육은 85개가 움직인다. 당연히 혈류량이 크게 늘어나 에너지가 충만하게 된다. 그러니 웃음 보다 더 좋은 운동이 어디 있겠는가.

한국은 올해 초 불어닥친 부동산 한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주택 거래가 되지 않아 입주가 늦어지면 건설사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다.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평범한 직장인들까지 가계부도로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갑자기 금리를 인상해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래 저래 서민들은 웃을 일이 없게 됐다.

그래도 채플린의 '스마일'을 떠올려보자. '웃음없이 지내는 날은 무의미한 하루일 뿐이다'는 명언을 남긴 채플린. 직장과 업소, 가정에 웃음꽃이 피어나게 해보자. 행복 엔돌핀이 팍팍 샘솟는데 이까짓 불경기 쯤이야 대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