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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사망] ‘비운의 망명객’ 황장엽 누구인가<세계일보>

녹색열매 2010. 10. 11. 02:44
[황장엽씨 사망] ‘비운의 망명객’ 황장엽 누구인가<세계일보>
  • 입력 2010.10.10 (일) 19:09, 수정 2010.10.10 (일) 22:34
한때 주체사상 최고 이론가… 北 실상에 실망 망명길 택해
암살 위협 등 파란만장한 삶
  • “그깟 놈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깟 놈 알아서 뭐 하나.”

    ◇1986년 소련 방문 길에 나선 김일성을 환송하는 모습(원안).
    ◇1997년 망명길에 올라 서울공항 도착.
    10일 오전 숨진 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3월 미국 방문 당시 강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내린 평가다. 황 전 비서는 북한의 암살 위협에 시달릴 때마다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걸 신경 쓰겠느냐, 내 존재로 북한의 악랄함을 알리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차기 후계자를 공식 석상에서 무시하고, 자신에 대한 암살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정도로 황 전 비서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총장과 김 위원장의 가정교사를 지낸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였지만, 결국 피폐한 북한의 현실에 실망하고 남한 망명길을 택했다.
    ◇1997년 망명 후 첫 대선 투표.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을 지냈고 김일성 주석 장례식에서는 장의위원 명단 26위에 오르기도 했다. 남한에 망명한 북한 인사 가운데는 최고위층이다.

    황 전 비서는 1923년 2월 17일 평양(평안남도 강동)에서 태어나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1949년 모스크바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을 체계화하고, 이를 김일성주의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 사망 후 ‘북한은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1997년 4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
    황 전 비서는 1997년 2월12일 중국 베이징의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 망명을 요청했고, 당시 직책은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비서였다. 황 전 비서는 김 위원장 집권 후 나락으로 떨어진 북한 현실과 혁명 1세대 홀대에 불만을 품고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명 이후 탈북인단체연합회 상임대표, 탈북자동지회 고문, 국가정보원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상임고문 등을 지내며 북한 체제의 모순을 비판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전 비서가 망명한 이후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행보를 이어가면서 북한의 실상과 모순, 그리고 김정일 주변의 갈등과 비리가 폭로됐다. 북한은 황 전 비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끊임없이 그를 암살하려 했다. 지난 4월에는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김영철 총국장으로부터 직접 황 전 비서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2인조 암살단이 검거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황 전 비서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황 전 비서는 북한 현실을 증언하고 북한의 변화와 통일 방안에 대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상징하는 인물로 망명 이후 인간적으로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황장엽 장례 어떻게 치러지나>(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0.10.10 21:45 | 수정 2010.10.11 00:16

 
아산병원에 빈소…北 관련단체 등 민간장례위 꾸려

"5일장 검토, 국립현충원 안장 건의"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10일 오전 별세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장례는 북한인권단체 등 민간 중심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황 전 비서가 국무총리 이상 수준의 특급 경호를 받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지만 정부의 요직을 지낸 바 없는 데다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가 나서 장례를 주관하기는 어렵다.

황 전 비서가 대북방송을 했던 자유북한방송과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30여 북한 관련 단체들은 이날 오후 임시 장례위원회를 꾸리고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시 상주인 수양딸 김모 씨와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장례 기간은 5일장이 유력하며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품위있는 장례식이 될 수 있도록 사회장으로 치르고서 시신을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장례위원회에 참여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 관계자는 "5일장으로 치르고 시신을 국립현충원에 모셔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며 "정확한 장례 일정 등은 내일 오전쯤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위원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이 끝난 시신을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경찰은 애초 황 전 비서의 장례가 경찰병원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고 이날 낮부터 분향실 주변을 정리하고 영결식장에 임시회의실을 차리는 등 장례 절차를 준비했다.

빈소는 경비와 보안 유지가 비교적 쉬운 경찰병원이 거론됐지만 장례위원회와 유족은 분향실이 비교적 넓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경찰은 관련 당국과 협의해 장례식장 주변에 경력을 배치하고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