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인간승리

뇌성마비 딛고 5급공무원 된 지정훈씨

녹색열매 2010. 9. 25. 09:00

뇌성마비 딛고 5급공무원 된 지정훈씨

[연합뉴스 2010-09-14 14:30]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부산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돌도
채 지나지 않아 뇌성마비에 걸렸다. 이 아이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걷지도 못할 정
도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는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하고 가족의 헌신적인 보살핌 속에 재활치
료에 몰두했다.

어느덧 서른한 살 청년으로 장성한 그는 지난달 일반인도 하기 어려운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14일 정부의 중증장애인 특채에서 사상 처음 5급
공무원으로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오는 12월부터 특허청 정보통신심사국에서 공직에 입문할 지정훈(31)씨가 그 주
인공이다.

지씨는 뇌성마비 후유증으로 팔이 불편해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는 3급 지체장
애인이다.

그러나 지씨는 피나는 재활훈련을 거쳐 맨손 대신 컴퓨터 자판으로 글을 쓰는
연습에 몰두한 끝에 자판과 마우스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됐다.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된 지씨는 1998년 경성대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
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나갔다.

지씨는 2005년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5년 반 동안 부산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연구를 계속해 지난달 '유전체 서열 분류 기법을 이용한 프로그램 유사도 비교'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당당히 박사학위를 따냈다.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께서는 제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해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셨지만 '또래들과 어울려야 많이 배울 수 있다'면서 일반 학교로 보
내셨습니다. 학교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덕에 컴퓨터 전문가가 되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지씨로선 재활치료와 함께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절대 호락호락하
지 않았다.

박사과정을 밟을 땐 통학 시간을 아끼려고 불편한 몸으로 자취 생활을 마다하지
않는 등 어려울 때마다 오기를 내고 남보다 더 노력하며 차근차근 꿈을 현실로 만들
어 나갔다.

지씨는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0년에는 학교를 휴학하고 상경해 효성중공
업 개발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았고 2007년에는 삼성전자가 주최한
휴먼테크 논문 대상에 응모해 당당히 동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논문전은 개인정보를 철저히 숨긴 블라인드 심사가 이뤄졌는데 수상자를
발표할 때 심사위원들이 지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깜짝 놀랐다는
후문도 있다.

지씨는 현장실습 등을 거쳐 올 12월부터 특허청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전자
제품과 관련한 특허 심사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지씨는 "정부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컴퓨터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
혔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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