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프게 늙었고… 쓸쓸해요 그러나 난 평생 연애주의자죠”
마광수 교수 시집 ‘일평생 연애주의’ 펴내
경향신문 | 이영경 기자 | 입력 2010.07.11 17:19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강원
"늙어버린 여배우의 모습은 나를 슬프게 한다./ 늙어버린 나의 모습도 나를 슬프게 한다.…아무도 내가 쓴 문학작품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그래서 지쳐버린 내 표현욕구가 울고 있을 때. …절친했던 친구의 배신, 학계와 문단에서의 집단 따돌림./ 야하면서도 우울한 언어에 침잠하는 작가밖에 될 수밖에 없었던 나./ 그리고 내가 잊혀진 작가가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마음.//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시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마광수 연세대 교수(59)에게는 '야하다'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그의 작품들뿐 아니라 그의 이력 또한 그렇다. 소설 < 즐거운 사라 > 로 구속, 유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연세대 교수직에서 해직되는 '필화사건'을 겪은 그의 행보는 항상 '핫이슈'였다. 왜곡된 시선과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도발적이고 대담한 성적 담론을 펼쳐왔던 그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조금 달라졌다. 마 교수의 신작 시집 < 일평생 연애주의 > (문학세계사)에서 두드러지는 정서는 '야함'보다 '쓸쓸함'이다. 그는 노년에 들어서 인생을 반추하며 느끼는 쓸쓸함과 허무함을 직설적인 언어로 솔직하게 풀어낸다. 2005년부터 최근까지 써내려간 60편의 시편에는 그의 내면의 발가벗은 모습이 담겨 있다.
늙어감에 따른 비애감과 쓸쓸함을 솔직한 언어로 그려낸 시편들을 담은 신작 시집 < 일평생 연애주의 > 를 펴낸 마광수 교수. 마 교수는 "모든 소설의 주제는 성이고 사랑인데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성문학이 없다"며 "한국 문학이 엄숙주의와 권위주의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늙어감에 대한 비애감을 많이 쓰게 됐습니다. 내가 내년이면 환갑인데 돌아보면 너무 허송세월한 것 같아요. 40대에는 < 즐거운 사라 > 의 여파로 '잃어버린 40대'가 됐고, 50대에는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해 재임용 탈락 위기에 처했다가 우울증이 생겨 4년이나 휴직을 했죠. 그러다 얼렁뚱땅 벌써 예순이 된 겁니다. 가시밭길을 걸어왔죠. 그냥 늙은 게 아니라 고달프게 늙었어요."
그의 비애감은 시편 곳곳에서 묻어난다.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이중 잣대와 금기를 허물고자 하는 성 해방에 대한 그의 신념은 명문대 교수로서의 평탄해 보이던 그의 인생을 굴곡지게 했다. 해직 후 복직했지만 동료 교수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재임용 탈락 위기에 처했고, 그로 인해 얻은 우울증은 지병이 됐다. 문학은 그에게 신념이자 고통이었다. 그는 이를 '뱀과 말벌의 관계'에 비유한다.
"말벌이 뱀의 머리 위에 앉아 침으로 계속 쏘아댔으므로/ 뱀은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복수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다// 뱀과 말벌과의 관계는/ 나와 문학과의 관계/ 현실과의 관계/ 나를 괴롭히고 고민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와도 같다…과연 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적을 깨부숴버릴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말벌과 함께 죽는/ 뱀의 우렁찬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시 '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는가?')
그는 2006년 펴낸 시집 < 야하디 얄라숑 > 에서 제자의 시를 베껴 쓴 것이 논란이 돼 시집 자체를 폐기하는 표절 시비를 겪기도 했다. 마 교수는 "무조건 잘못한 것이다. 당시 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을 때인데,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가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마 교수가 제기하는 성 해방 담론은 요즘 시대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대중문화 속에 공공연하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내가 처음 제기한 성 담론이 이제는 보편적인 것이 됐다. 그러나 영화, 인터넷 등에 야한 담론이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주류 문학에서는 야한 문학이 없다"며 " '젊은 마광수'가 안 나온다. 여전히 우리 문학은 성에 대한 수구적 의식과 엄숙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면서도 결코 소설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마 교수는 자신을 '평생 연애주의자'라고 정의한다.
"나는야/ 평생 연애주의자// 나는야/ 평생 변태성욕자// 나는야/ 평생 허무주의자// 나는야/ 평생 야한 남자// 나는야/ 평생 오럴 섹스만// 나는야/ 평생 고독, 절망, 쓸쓸만"(시 '일평생 연애주의')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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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연세대 교수(59)에게는 '야하다'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그의 작품들뿐 아니라 그의 이력 또한 그렇다. 소설 < 즐거운 사라 > 로 구속, 유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연세대 교수직에서 해직되는 '필화사건'을 겪은 그의 행보는 항상 '핫이슈'였다. 왜곡된 시선과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도발적이고 대담한 성적 담론을 펼쳐왔던 그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조금 달라졌다. 마 교수의 신작 시집 < 일평생 연애주의 > (문학세계사)에서 두드러지는 정서는 '야함'보다 '쓸쓸함'이다. 그는 노년에 들어서 인생을 반추하며 느끼는 쓸쓸함과 허무함을 직설적인 언어로 솔직하게 풀어낸다. 2005년부터 최근까지 써내려간 60편의 시편에는 그의 내면의 발가벗은 모습이 담겨 있다.
"늙어감에 대한 비애감을 많이 쓰게 됐습니다. 내가 내년이면 환갑인데 돌아보면 너무 허송세월한 것 같아요. 40대에는 < 즐거운 사라 > 의 여파로 '잃어버린 40대'가 됐고, 50대에는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해 재임용 탈락 위기에 처했다가 우울증이 생겨 4년이나 휴직을 했죠. 그러다 얼렁뚱땅 벌써 예순이 된 겁니다. 가시밭길을 걸어왔죠. 그냥 늙은 게 아니라 고달프게 늙었어요."
그의 비애감은 시편 곳곳에서 묻어난다.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이중 잣대와 금기를 허물고자 하는 성 해방에 대한 그의 신념은 명문대 교수로서의 평탄해 보이던 그의 인생을 굴곡지게 했다. 해직 후 복직했지만 동료 교수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재임용 탈락 위기에 처했고, 그로 인해 얻은 우울증은 지병이 됐다. 문학은 그에게 신념이자 고통이었다. 그는 이를 '뱀과 말벌의 관계'에 비유한다.
"말벌이 뱀의 머리 위에 앉아 침으로 계속 쏘아댔으므로/ 뱀은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복수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다// 뱀과 말벌과의 관계는/ 나와 문학과의 관계/ 현실과의 관계/ 나를 괴롭히고 고민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와도 같다…과연 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적을 깨부숴버릴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말벌과 함께 죽는/ 뱀의 우렁찬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시 '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는가?')
그는 2006년 펴낸 시집 < 야하디 얄라숑 > 에서 제자의 시를 베껴 쓴 것이 논란이 돼 시집 자체를 폐기하는 표절 시비를 겪기도 했다. 마 교수는 "무조건 잘못한 것이다. 당시 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을 때인데,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가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마 교수가 제기하는 성 해방 담론은 요즘 시대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대중문화 속에 공공연하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내가 처음 제기한 성 담론이 이제는 보편적인 것이 됐다. 그러나 영화, 인터넷 등에 야한 담론이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주류 문학에서는 야한 문학이 없다"며 " '젊은 마광수'가 안 나온다. 여전히 우리 문학은 성에 대한 수구적 의식과 엄숙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면서도 결코 소설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마 교수는 자신을 '평생 연애주의자'라고 정의한다.
"나는야/ 평생 연애주의자// 나는야/ 평생 변태성욕자// 나는야/ 평생 허무주의자// 나는야/ 평생 야한 남자// 나는야/ 평생 오럴 섹스만// 나는야/ 평생 고독, 절망, 쓸쓸만"(시 '일평생 연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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